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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8월 준 2023. 11. 29.

 

요즘 내가 자꾸만 사라지는 것 같아 글을 쓰러 왔다. 

회사를 다닌다는 건 생각보다 나를 많이 지우는 작업이었다.

특히 내가 하고싶은 일과 딱 맞닿아 있는 일을 하지 않을 때는.

그러나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해도, 일을 너무 많이 하는 삶은 내가 지워지는 삶일 것 같다.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왔다.

영화 제목은 '싱글 인 서울'. 출근 길 지하철에서 광고를 보고 관심이 가 보러 가게 된 영화다.

제목부터 너무 나잖아? 하면서 보러가야겠다 생각했는데 주인공들의 얼굴은 내가 아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영화를 보고 왔더니 오랜만에 조금 기분전환이 되고, 낭만이 차오르는 것 같다.

뭐 유치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극중 영호가 사는 곳 같은 집에 영호처럼 독신으로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강뷰면 더 좋고. 사실 그냥 당산 정도여도 좋다. 사실은 개인적으로 당산을 되게 좋아한다. ㅋㅋㅋ

 

며칠 전 주말에는 술을 한 잔 마시며 책을 읽었는데 ('책 익다'라는 북 펍에서) 오늘은 술 한 잔 하며 글을 쓰고 있다.

인턴으로 회사 나간 후로는 처음으로 이런 시간을 갖는 것 같다. 오늘부로 이제 2주차인데. 오늘은 조금 여유가 있고, 재택이어서 진짜 한숨 돌렸다.

어쨌든 그래도 항상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 같은 마음이다.

업무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 삶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내 삶이 돌아가고 있는 모습 때문에.

내가 나만의 방식대로 뭔가가 될려면 정말 끊임 없이 분주하게 달려야 할 것만 같아서 뭐랄까,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된다.

음, 얼굴에 표정이 없는 것 같은 마음이 된다 해야 될까.

 

그런데 또, 내가 뭘 위해서 그렇게 달려나가고 열심히 살아야하지? 하는 마음도 든다.

물론 나는 브랜딩이 하고 싶다. 그런데, 너무 바쁘게 일하다보면 그 일이 그 일 같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pr 일도 내가 피곤하거나 번아웃 되어 있지 않을 때는 꽤 재밌다. 새로운 걸 알아가는 재미가 있으니.

근데 이제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하니까 매너리즘에 빠져서 수산시장에서 회를 손질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새로운 정보를 보게 되는 거다. 동태 눈깔으로.

그리고 언제나 그래왔듯 미래에도 내가 주변 사람들과 더 풍성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누리지 못하면 이 모든 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든다. 

물론 혼자는 너무 편하다. 오늘 보고 온 영화 '싱글 인 서울'의 영호가 줄곧 주창하듯이.

그런데 뭔가 챗바퀴 도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마치 2017년도가 2018년도 같고, 그 때가 지금 같은 것처럼, 내가 몰두하고 있는 일은 달라져도, 내가 얼마나 바쁜지 아닌지는 달라져도 나는 큰 틀에서 혼자의 삶을 계속 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의 곁에서 나는 피로감을 너무 잘 느낀다. 그들에게 집중하는 나머지 에너지를 너무 빼앗기고, 타인과 같이 있을 때 나는 내가 아니다. 그게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타인한테 쓰는 에너지의 스위치를 반만 내려놓고 싶다.

 

 

다시 일 얘기로 돌아가서, 문득 내가 이 회사에 너무 헌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밤낮 안 가리고 일을 하는데, 사실은 내가 아니라 회사를 위해 정성을 쓰고 키워주는 거니까,

그 시간에 뭔가 '내 것'을 키우면 뭐라도 자라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당장 돈은 못 벌어다 주겠지만.

이게 굉장히 고전적이지 않은 생각이라고 생각하긴 한다.

아직까지도 전 세계에서는 다들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이 훨씬 보편적이니까.

그리고 인플루언서 같은 사람들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놓고 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그 아이덴티티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더 직접적으로 나를 가꾸고 성장시키는 일은 없을까.

내 사업을 해야만 이 고민은 해결되는 걸까?

 

 

계속 성장하려면 끊임 없이 책을 읽고, 최적의 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이 달리고, 술도 안 마셔야 하지만

삶에 양념장이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삶의 양념장이란 술 한 잔 곁들이며 읽거나 보는 콘텐츠들, 푸짐한 야식, 유튜브.. 이런 것들인데..

근데 참 어려운 게, 이런 것들은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적당히 조절하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다.

곁들이로 먹어야 하는 '밥이랑'을 어느 순간부터 밥 대신 먹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게 심지어 생리 전이 되면 더 겉잡을 수 없어진다.

아예 이성을 잃고 그냥 먹고, 보고, 눕게 되는 거다.

 

나는 내 문제들을 다 해결하고 죽을 수 있긴 할까?

그러고 보면 내 삶은 문제들을 해결할라고만 사는 것 같다.

그냥, 모난 부분을 fine tuning 할려고.

그래서 재미가 없는 거다. 인생을 좀 즐겨야 하는데,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면서, 이거 고쳐야지 저거 고쳐야지만 하니까.

근데 성정을 벗어나기가 너무 힘들다. 내 성정은 심리상담사님도 어려워하는 것 같다. 

 

술 먹고 쓰니까 글의 흐름이 이렇게 되는구나.

후, 이걸 누구한테 말로 했다고 생각해봐라. 

그 사람은 참 고역이겠다.

아 그래서 내가 친구가 없구나

ㅋㅋㅋㅋㅋ

어쨌든 다행이다, 글로 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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