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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커넥션 그리고 랜덤한 행복

by 8월 준 2023. 1. 14.

 

 

 

 

사람과 사람 간에 통한다는 느낌이 뭔지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진정한 의미의 사람과의 커넥션을 초등학생 때 이후로 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니면 그 이후로는 끌어모아도 1년에 두 달 정도도 안 되는 시간들이라 잘 기억이 안 나는 것 같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날 이상하게 보면 어떻게 하지?'를 비롯한 여러 잡다한 생각들에 잠식되면서

상대방의 말이 귀기울여 들리기보다 내 머릿속에 사로잡혀 있기 바빴던 것 같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 지난 10년여의 시간동안.

위에처럼 내 머릿속에 사로잡혀 있다보니 어느 순간부턴 솔직히 부모님이 하는 말도 한 번에 못 알아들었다. 집중이 안 됐고, 말이 그냥 소리로만 들리고 해석이 안 되는 신기한 경험을 계속 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니까 글도 해석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내가 전에 썼던 글도 생전 처음 보는 글인마냥 까막눈처럼 눈에 설었다.

 

그리고 그런 내가 계속 이상하게만 생각이 됐고, 나는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가 없었다.

일단 나 스스로는 이런 나를 계속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나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자 나랑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가장 가까이에 나한테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었다.

 

너는 이상하고 잘못된 게 아니라 지금 잠깐 아프고, 어렵고 힘든 거고

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깁스를 할 권리가 있듯이 

너도 계속 데인 마음을 치료받아야 하고, 그럴 권리가 있다는 걸 몰랐다.

 

 

그래도 정말 다행스럽게도 2년 전에 처음으로 심리상담을 전문가에게 받게 되었고

그 시기는 내 전두엽이 완성되는 시기와 맞물려서 상당히 단단한 세상살이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다만 이게 모두가 스스로가 닳을 정도로 일하게 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좀 맞지 않는 가치관인 것 같다는 게 좀 문제다...ㅎ

내가 너무 힘들게 과업을 하고 번아웃이 와서 좀 쉴 수 있는 건데

그게 다른 사람이랑 같이 하는 일일 경우에는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줄 수 있는 거니까. 

 

다같이 마음 편하게 먹고 조금 쉬엄쉬엄 가는 분위기라면 얼마나 좋으랴...허허

 

 

무튼 믿기지 않게도 주저리주저리가 상당히 많이 길었는데

이제 벌써 3개월정도 약을 먹은 결과 사람 말이 더 잘 이해가 되고, 컨디션 좋은 날은 글도 잘 읽힌다.

 

잘 듣고 읽을 수 있는 게 이렇게 감사해야 할 일이 될 줄 정말 상상도 못했지만

정말 인간 종은 다 랜덤인 것 같다.

무슨 말이냐면

절대로 모든 사람이 태어나서 평균적으로 같은 양과 시간만큼 행복하도록 보장되어있지는 않은 것 같다.

똑똑함, 외모의 준수함, 이런 모든 사회적 가치들처럼.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이걸 깨닫는 데 생각보다 오래걸렸고, 그리고 모든 일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사가 되어있는 나에게도 꽤 충격적인 사실인 것 같다.

그 이유는 '나도 언젠가는 지금보다 행복하겠지'라는 생각을 밥 먹듯이 하면서 버텨서일까?

 

그냥 종 전체적 관점에서 보면 좀 더 행복한 사람도 있고, 가끔 불행한 사람도 있고, 평생 불행한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마치 우리 모두가 키가 다 다르듯

조물주의 입장에서 (나는 종교는 없지만) 우리 모두가 행복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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