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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개월동안 집중력 관련, 우울증 약 복용한 후기

by 8월 준 2023. 1. 22.

 

 

 

오늘은 설 당일날인데 동네에 문을 연 카페가 있어서 책을 볼려고 왔다.

전세 내고 아주 좋다...👍시설도 매우 좋고...

 

요즘 라인의 개발자들이 쓴 책을 읽고 있다.

전문 용어들은 하나도 이해를 못하지만 그래도 라인의 개발부서 문화같은 걸 알 수 있고

생각보다 정말 글로벌하게 업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뭔가 해취 뽕도 엄청 들고 있다.

막 해외 출장 가서 업무했다는 부분을 읽을 때 정신이 맑아지면서 뭔가 가슴이 뛰는듯한?

경험을 한다.

진짜 내가 다시 이렇게 책을 읽고 설렐 수 있다니...

 

 

요즘 책이 잘 읽히고 집중이 잘 되고 정말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만 같다.

그래서 하루하루 너무 감사하다.

이건 고향에 내려와서부터 그랬는데

(까먹고 약을 안 가지고 와서) 약을 안 먹고 있는데도 이런 효과가 나다니.

나중에 약을 완전히 중단하면 이런 상태가 될 것 같아서 들뜬다.

참 그리고 학기가 끝나고 요즘 좋은 성적을 많이 받아서 그것도 지금 내 상태에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참... 중학교 2학년 즈음부터 10여년간 마음 고생했던 게 

내가 마주친 일이 힘들어서였다기보다

정말 혼자서 깨고 나가기 힘들었던 내 상태와 환경 때문이었던 것 같아서 많이 씁쓸하기도 하다.

그리고 태생적으로 누구보다 성취지향적이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고,

실제로 인지적 기능이 받쳐주니까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인데

15 살의 어느 날부터 서서히 내가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걸 받아들이고, 나중에는 조금의 마음의 힘도 낼 수 없게 됐던 사실이 많이 안타깝다.

 

물론 지금이라도 이렇게 집중력이 증가하고, 안정적인 상태가 되고

의지가 있으면 뭔가를 지속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에 감사하다.

하지만 진짜 약을 조금이라도 일찍 먹었으면, 10대 때 먹기 시작했으면

맨날 울 것만 같은 심정으로 살았던 내 10대가 조금은 덜 힘들었을텐데...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참, 그리고 신기한 건

한 2년 전부터 엄청난 체력 저하로

안 그래도 약했던 정신력이

커피 없이는 거의 0에 수렴했었는데

약을 3개월 정도 꾸준히 복용한 결과 체력도 은근 좋아진 것 같다.

(매우 개인적, 주관적인 경험)

물론 운동도 하기는 했으나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한 게 다이고

운동만 했을 때는 체력이 많이 개선된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근데 약을 먹고 어느 정도 지나니까

체력이 저하되는 상태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건지 뭔지

(원래 우울증 상태에서는 자신의 몸, 정신 상태에 더욱 민감해진다고 한다.)

일상에서 크게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든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정말 살 만하다.

전에는 별 거 아닐 수 있는 일들도 너무 크고 힘들게 보여서 맨날 미루고

나중에 시작해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고생했다면

(그래도 그런 상태에서도 끝까지 여러 과제를 다 해낸 나 너무 장하다. 그리고 사실 그런 경험들이 지금 나의 의욕?을 만드는 데 분명히 일조했을 거다.)

지금은 힘든 일들도 차근차근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해보고 너무 안 되면 관두고 다른 거 하지 뭐.'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이게 정말 전이랑 크나큰 차이이다.

전에는 더 어려운 일, 쉬운 일 가릴 거 없이 못 할 것만 같고,

너무 거대한 과제 같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면 

지금은 더 어려운 일이 더 힘들 것이라 예상을 하고

(당연하지만, 근데 나한텐 안 당연했지만),

그래도 시작할 엄두는 낼 수 있다.

 

 

정말 이게 다 무슨 하늘의 장난인가 싶지만

내 경험 상 우울증의 상태와 우울증이 아닌 상태는 세상을 바라보는 단위? 구조부터가 아예 다른 것 같다.

내가 우울증, 기분 부전을 앓았을 때는그냥 세상이 하나의 blob, 덩어리?에 가깝게 보였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나중에 어떤 장소, 경험에 대해 세세하게 기억해보려면 기억이 안 났다.

그리고 어떤 경험, 장소든지 내가 느끼는 감정만이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왔다.

(진짜 제일 심했던 10대 후반-20대 초반에는 지금은 잘만 가는 서점에 갔을 때

괜히 심적 안정이 안 되고 뭔가 찝찝한 기분이 계속 들어서

3,40 분 걸려서 가놓고 한 15, 20분만에 다시 집에 돌아오고 하는 경험이 굉장히 빈번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서점 가서 어차피 책에 집중을 못하니까 나를 거기에 잡아둘 요인도 없었다.)

 

 

쓰다보니 얘기가 너무 길어진 것 같은데

결론은 만약 이 글을 우연히 보러 온 당신이

세상이 미칠듯이 힘들고 죽고 싶은데

혹시라도 '혼자 이겨내봐야지.'나 '다른 사람도 다 이 정도 힘들 거야. 나 정도가 정신과 치료를 받아도 될까?'

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한 번만 4개월 정도만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해봤으면 한다.

나의 주치의 선생님은 약에 내성이 생기거나, 중독이 되는 등 문제는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갑자기 복용 중단해도 문제는 없다고.

(근데 이건 내가 복용하는 약의 경우이고, 당연하게도 위 지식 또한 의사마다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잘 찾아보고, 필요하면 여러 의사 선생님한테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끝으로

물론 내가 전보다 훨씬 좋아지고

세상이 살만해졌다고 해서

앞으로 내 삶에 난관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상주의자가 아니고, 최대한 미리 힘든 현실을 알아서 나중에 정말 '매 맞았을 때' 심적 고통을 줄이고자 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그래도 삶의 난관이 찾아왔을 때 진심으로

'진짜 뭐같지만 이것도 지나가겠지.'

'상황이 거지같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mental world)은 꽤 궁금하지 않은가?

그리고 살아보고 싶지 않은가?

 

(뭔가 그... '책스러운' 마무리 한 번 해봣슴다.

그리고 이러고 나서 내가 위에처럼 못 생각할 수도 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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