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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공기업 취준을 도전하게된 우울한 사람의 다짐

by 8월 준 2023. 6. 15.

 

 

 

 

 

내 나이 20대 후반.

맞지도 않는 직장에 들어간 후 한 달 있다 무작정 퇴사.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갈피도 못 잡겠어서 집에서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약도 끊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의 문제인 것 같아서. 약을 먹어도 그 날 밤만 기분이 괜찮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잉여인 내 모습을 마주하면 금방 기분이 ㄹㅇ 개똥같아졌다.)

 

그런데 주말에 엄마의 권유에 못 이겨 공기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 먹은 직후에는 내가 1년 한 번 불태워서 살아보기로 다짐했었다.

오늘이 목요일이니 일요일, 월요일 한 이틀 정도?

 

근데 열심히 산지가 너무 오래돼서 어떻게 열심히 사는지도 모르겠고

어제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끌려가듯 공부하고 있었다.

여전히 삶은 거지같았고 공부는 하기 싫고, 2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부모님 말을 듣고 살아가기도 고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굉장히 차분한 분들이고 나름 괜찮은 분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조언도 내 인생에 관한 건 별로 듣기가 싫다.)

 

그래도 기왕 공부 시작한 거, 3일만에 관둔다고 할 순 없고,

무리하게 공부하다가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이 머리에 스친 이후부터 갑자기 공부에 집중이 됐다.

몇 시간이고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전처럼 '집중이 안 되면 어쩌지? 이 내용이 머릿속에 기억이 안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쉽게 내려놓아졌다.

 

어차피 내 목표는 나를 혹사시키기이니까. 오래 앉아있고, 잠을 안 자고 그냥 무리해서 공부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또 나를 괴롭힌 생각은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이성을 이제 만날 기회가 없으면 어쩌지?'였는데

이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됐다.

외로우면 고독사하면 되니까.

그것도 내 소원을 이루는 방식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이 세상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다.

그니까 어떻게 살다가 죽어도 별 상관이 없다.

근데 뭐 막 오지에 내가 일부러 가고(위험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그런 건 에너지도 없고 관심도 없다.

그러니까 가장 현실적으로 나를 혹사시키다 가고 싶다.

 

 

그래서 가족여행을 다녀오면 진짜 죽기 위해 공부할 것이다.

2시간만 자고. 

몸에 호스를 달고 수액을 맞아야할 정도로 만들 것이다.

 

나태해지지 않고 지금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사력을 다해 나를 혹사시키는 경지로 밀어넣을 것이다.

앓아 누울 것이다.

 

잘하면 나는 단명할 것이고, 잘못 되면 뭐, 안락사 제도라도 우리나라에 허용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 근데 잘못되는 거 생각하기 싫고, 그냥 난 무리해서 공부할 거다.

 

 

 

 

그럼 기회가 된다면 중간 보고를 또 쓰러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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