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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그냥 눈물이 나서 다시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by 8월 준 2023. 9. 8.

 

 

 

한동안 정말 잘 지내고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몸이 너무 무거워지고 다시 아무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났다.

결론적으로 이유는 PMS 때문이다. 진짜 아오...

엄청 예민해져서 가족한테 승질도 부렸다.

친구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도, 성공을 향해 가는 모습도 정말 내가 왜 이러지 싶을만큼 질투가 나고, 그런 내가 무서워서 빨리 인스타그램을 껐다.

열심히 잘 해오던 다이어트도 그 시간이 무색하게 며칠간 미친듯이 입에 집어넣었다.

다시 체중계 위에 올라가기가 무섭다. 

그리고 불어버린 무게를 복구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며칠의 시간이 엄두가 안 난다.

아무것도 엄두가 안 난다. 여행을 준비하는 것도 엄두가 안 나서 지금 한 3일간 미룬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PMS를 메인으로 치료한다는 'ㅍ'자로 시작하는 약물을 타왔다.

사실 이름 잘 기억 안 남.

 

이제 다시 약 안 타러 갈줄 알았는데

이번 PMS는 진짜 씨게 왔다.

맨날 죽으면 끝날 것 같고, 잘만 그려지던 미래가 아예 생각도 하기 싫어졌다.

 

내가 잘 하는 건 먹고 돈 쓰기밖에 없는데(ㅋㅋㅋㅋ하..)

내가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긴 할까?

아니 그래서 외국에서 살기로 잠정적으로 마음 먹었는데 또 아무 의지도 안 생김.

 

열심히 달린 사람은 쉬어가란 말을 들어도 되는데

나는 한 건 없는데 계속 쉬고만 싶다. 쉬어가란 말을 듣고만 싶다.

 

진짜 어떻게 하지 내 인생?

이렇게 땅 속 깊이 꺼진 느낌으로 살 줄 어릴 때의 난 상상조차 못했다.

 

점점 어릴 때 품었던 희망은 깨지고, 10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한테 걸었던 기대는 현실에 부딪쳐 사그라지고 있다.

그 때의 나야, 너는 내가 나아지고 밝아지고 잘 살 줄만 알았지..

지금의 나는 지금의 현실에 치여서 너무 힘들단다.

 

그래도 PMS 전엔 꽤나 정상인이었는데, 한 순간에 일주일 전이 기억도 안 날만큼 절망적이 된다.

운동을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어제랑 그제는 아예 운동도 못 갔는데 오늘은 억지로라도 간 걸 보면 서서히 나아지고 있는 걸 거다.

내일은 더 낫겠지 이제.

 

 

안 풀리는 날들이 반복될수록 자꾸만 요행을 바라게 된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내가 하는 생각들이 자꾸만 ugly해진다.

마음을 못되게 쓰는 것만큼 별로인 게 없고, 그러면 있는 복도 달아난다는 걸 가까운 가족을 보면서 배웠는데도

자꾸 나도 그러게 된다.

 

나도 우울이란 걸 완전히 벗어나서 살아볼 수 있을까?

나도 사랑을 받고 사랑을 줄 수 있을까?

내가 사람을 신뢰할 수 있을까?

나도 어딘가에서 요긴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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