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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생각

가족이라는 이름의 공동체

by 8월 준 2023. 8. 25.

 

 

 

 

가족이란 건 뭘까?

이상적으로는 좀 부족해도 보듬어주고 사랑해주고, 좀 서운하게 해도 몇 번은 참고 넘어가주는 

그런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의 사람들인데

실상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상대의 입장을 많이 생각하거나 배려해주지 않고

서로의 서운한 마음, 욕심만 푸는 관계인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우리 형제가 사랑을 받는다고 느껴지게끔 키워주시진 못했지만

우리가 그렇게 큰 것처럼 당신들에게 해드리기를 바란다.

우리 세대는 부모에 대한 도리 같은 의무론으로 움직이는 세대가 아닌데.

사랑으로 움직이는 세대인데..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셔야 하지 않을까, 우리한테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사랑같은 건..?

 

그나마 나에게는 뭔가 의무론 같은 게 내재되어 있다. 부모님에게 어느정도는 해드려야한다는. 또는 호강시켜드려야겠다는. (아마 유전이겠지.)

근데 나의 형제는 청소년기에 나에게 어른이 되면 집이랑 연을 끊고 살겠다고 했었다.

근데 결혼도 하고 연을 끊지는 않고 사실 교류도 잘 하고 살고 있다.

근데 부모님의 각종 기념일이나 뭔가(이를테면 환갑여행 때 부모님께 용돈 드리기)를 살뜰하게 잘 챙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님의 엄청난 원성을 사고 있다.

근데 그 원성을 다 내가 듣는 게 문제다.

그 서운한 마음을 같이 사는 나에게 계속 얘기하신다.

나는 속으로 '그럴거면 형제한테 직접 얘기하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또 나의 이해관계가 있기에 답답한 마음이 들어도 그냥 들어드린다.

근데 정말 답이 없는 문제를 계속 서운해하고 안으로만 쌓아두시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실 안으로만 쌓아두시는 건 아니다. 나에게 푸시니...)

 그리고 또 직접 말했는데도 안 된다고 하시는데 또 그게 못마땅하신 거다.

그럼 내 입장에서는 진짜 '어쩌라고..' 싶은 거다.

 

이런 게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쌓여서 뭔가 '이상적 사랑', '숭고한 사랑'을 꿈꾸게 만드는 것 같다.

그게 위험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 이상적인 사랑은 위에 언급했던 지지적인(?)/무조건적인 사랑 60~70 대 본능에 충실한 사랑(서운해하고, 자기만 생각하고, 못난 마음을 내비치는 사랑) 30~40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비율이 반대가 된 양육과 애착 관계는 기형적인 걸 꿈꾸게 한다.

그리고 그런 게 나에게 찾아오지 않으면 사랑을 하지 않고 가정을 꾸리지도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뭐 이렇게 비장하게 얘기해도 막상 괜찮은 사람 만나면 결혼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혼자고 독립하지 않은 나는 나에게 부여된 가족의 영향을 아직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솔직히 손아랫사람인 나에게 형제를 가르치라는 메시지는 정말 킹받는다.

그리고 나랑 형제는 나름 사이가 나쁘지 않기에 (형제가 나도 잘 안 챙기지만, 나는 그 부분에 큰 불만이 없다. 원래 그런 사람인 걸 인지하고 있고, 그래도 힘든 사춘기에 친구처럼 위로가 되주었던 사람이기에.) 이런 말들을 어떻게 전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그보다 내가 아직 생각이 어린 건지는 모르겠는데

왜 그렇게 다른 어머니 아버지들 자식들이 해주는 걸 부러워하고

우리한테 바라실까?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바라고, 이런 부모님의 모습에 실망하는 마음도 어떻게 보면 부모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마음과 그저 같은, 조금 못난 마음인 걸까?

아니면 사실은 그게 못난 마음이 아닌 걸까? 

인간이기에 자연스럽게 들 수 있는 마음인 걸까...

 

해가 갈수록 갖고있던 문제가 짙어지는 부모님, 그리고 그걸 회피하는 형제,

늦둥이라 아직 독립하지 못한 나

-이런 가정도 그저 대한민국의 많은 가정 중 하나겠지.

수많은 형태의 가정이 있으니까.

 

 

어쨌거나 결론은 하루빨리 독립하는 것으로 귀결되는구만.

바깥 세상이 차갑더라도 지금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온갖 문제들을 감당하면서도 이 안에 있게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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