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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생각

서울의 고독

by 8월 준 2023. 9. 11.

 

 

 

#서울의 고독

서울에서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옆을 스치는 사람들은 많아도 내 옆에서, 나랑 비슷한 상황에서 공감해주고, 내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바쁘게 바쁘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꼬리를 삼키려는 괴물이 뒤에 붙은 것처럼.

한편 서울의 다른 동네에는 목표를 다 잊기로 작정한 사람들이 모인다. 어느 불금, 불토에 나는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본다.

만사를 다 잊은 것만 같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나는 샷을 들이키고, 그들과 비슷한 표정을 지어보려 한다. 겉으로 봤을 땐 나도 티나지 않게 녹아든 것 같다. 그런데 내 마음 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다. 다음날 아침, 술이 깨고 나면 그 공허함은 걷잡을 수 없이 더욱더 커진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나의 무력감은 항상 여기에 있다. 벗어난 것만 같지만 이제 나와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호기롭게 도전한 많은 것들에서 실패, 도망, 포기 등을 반복하였고, 나의 무력감은 갈수록 강화되었다.

그나마 마음 속에 힘이 자라나는 날에는 내가 성취한 것들을 기억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날들엔 너무 거대한 무력감, 무능감이 나를 감싼다. 새로운 분야가 좋아보여도 과연 내가 이걸 열망해도 될까? 잘못 손댔다가 내가 그동안 포기했던 수많은 일들의 말로처럼, 괜히 좋아했다가 정만 뚝 떨어져버리게되는 게 아닐까 걱정한다.

 

 

#욕심

모든 것에 욕심을 부린다. 모든 것을 최상의 기준으로 원한다. 나의 외모, 성격, 말투, 가치관부터 인간관계, 희망급여까지. 그런데 현실은 아직 능력 부족과 그 모든 과정을 이뤄가기 위한 끈기 부족. 그 괴리가 사사건건,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나를 짓누르고 마음을 압박한다. 이런 욕심과 그로 인한 압박감, 괴로움은 이제 의식적인 수준에서 일어나지도 않는다. 길을 걷다 혼자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을 볼 때, 오랜만에 확인한 친구의 프로필에서, 수많은 유튜브 영상과 브이로그 등의 썸네일을 볼 때, 그냥 숨쉬듯 많은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나는 원치 않는 괴로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전환이 되는 순간들이 있기에 살아간다. 주말에 DDP에 들러서 새로운 종류의 사람들, 환경을 보았을 때,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버스 계단을 몇 번 오르락 내리락 했을 때, 등등 상상치도 못한 (때론 사소하기도 한) 상황들에서 기분이 개는 순간들을 맞이하곤 한다. 그러고 나면 한동안은 좀 괜찮다.

전에 잠깐 연락했던 사람이 졸업하고 6개월간 취업이 바로 안 돼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다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당시에 이야기하는 말투와 톤을 들어보면 힘듦이라고는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만 같은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도 그런 경지에 몰아넣은 시기이니, 나에게는 더더욱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지금 마음에 한 자락 힘이라도 남아있는지 의문이다. 내게 맞는, 내가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래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니까, 내게 잘 맞는 일을 찾고 앞으로 더 안정적이어질 운명이라면 그렇게 되겠지.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이 믿음을 믿고 가는 수밖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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